2025/06 21

다 잊은 줄 알았는데, 갑자기 올라왔다

정리된 줄 알았고,사라진 줄 알았는데그 장면 하나에감정이 다시 올라왔다.우연히 들은 노래.그냥 흔한 멜로디였는데갑자기 그때가 떠올랐다.마음이,그 순간 접어뒀던 무언가를 다시 꺼내는 느낌.분명 다 정리한 줄 알았다.그 기억은 가라앉았고그 감정은 지나간 거라 생각했다.근데 이상하게그 한 장면에전부가 다시 살아났다.생각도,숨겨뒀던 감정도말하지 않았던 말까지.정리가 끝난 게 아니라그저 덮어놓았던 거였다.마음은기억보다 오래 간다.그걸 오늘 알았다.마음에는 생명이 있나보다. 되살아 나는 마음

하루의 틈 2025.06.30

그 말이 이렇게 오래 남을 줄 몰랐다

그땐 그냥 들었는데이상하게 오래 남았다.아무렇지 않은 말이,지금 와서 자꾸 생각난다.아무 의미 없는 말이었는데,그때는.흘려듣고 넘긴 문장이요즘 따라 자꾸 떠오른다.“그렇게까지 안 해도 돼.”그 말이왜 이렇게 마음에 남았는지 모르겠다.당시엔별생각 없이 웃으며 넘겼는데지금은 자꾸그 문장에 발이 걸린다.혹시 그때내가 너무 애썼던 걸까.그 말이나를 대신해서 나에게 했던 말 아닐까.이해는 나중에 오는 거라는 말,이젠 알 것 같다. 울림이 있는 말은 지워지지 않는다. 문득 문득 생각이 날 수 밖에 없나보다나만 이렇게 느끼는건 아닐거라고 확신이 든다..

하루의 틈 2025.06.27

하루는 조용했는데, 마음은 시끄러웠다

별일 없는 하루였다.그런데 마음이 자꾸 떠들었다.조용한 하루가 감정을 흔들었다.이상하게오늘은 너무 조용했다.연락도 별로 없었고거리는 조용했고내 스케줄도 한산했다.그런데도마음이 시끄러웠다.별일 없는데왜 이렇게 생각이 많지?작은 소리에도깊게 반응했고가만히 앉아 있는데도머릿속은 복잡했다.고요한 하루가감정을 더 크게 울렸다.조용할수록마음은 더 크게 소리친다.오늘이 딱 그랬다.조용할수록 마음의 소리가 더 크게 와닿는 하루..

하루의 틈 2025.06.25

오늘도 버텼는데, 남은 게 없다

할 일은 다 했고,문제도 없었는데하루가 끝나고 나니남은 게 없었다. 그게 좀 허전했다.하루를 잘 버텼다.일도 했고사람도 만났고해야 할 건 거의 다 끝냈다.문제는 없었다.그런데하루가 끝났을 땐이상하게 손에 잡히는 게 없었다.이만큼 했는데,뭘 했는지도 모르겠고기억나는 장면도 별로 없었다.그냥 흐르고그냥 지나가고그냥 사라졌다.오늘을 살아냈는데오늘이 나한테 남긴 건아무것도 없었다.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시간이 중요하다는것을 느낀다. 흘러간 시간은 잡을 수 없다..

하루의 틈 2025.06.23

다 지나간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정리한 줄 알았다.다 이해했다고 생각했다.그런데 마음 한 구석이 아직 거기 있었다.정리됐다고 생각했었다.이해했고, 내려놨고,그렇게 끝낸 줄 알았다.그런데,오늘 문득아무 맥락 없이그 감정이 다시 올라왔다.낯선 장면도 아니었고익숙한 노래도 아니었는데마음이 이상하게 울렁거렸다.그때 알았다.나는 그걸 이해한 게 아니라그냥 덮어둔 거였다는 걸.시간이 해결해준 줄 알았는데사실은,내가 밀어둔 거였다. 어쩔땐 망각을 원해도 어렵고, 원하는 않는 기억은 지워지는 아이러니함..

하루의 틈 2025.06.20

하루는 빨리 갔는데, 마음은 늦게 따라왔다

하루는 순식간에 지나갔다.근데 마음은 아직 어딘가 멈춰 있었다.속도와 감정이 어긋났던 하루.오늘 하루는유난히 빠르게 흘렀다.일도 많았고사람들도 많았고움직임도 계속됐다.근데 마음은조금 느렸다.몸은 분주했지만감정은 어딘가에 남아 있었다.무언가 놓친 것도 없는데끝나고 나니까괜히 아쉬운 기분이 들었다.마치 내가 없는 사이하루가 혼자 지나간 느낌이었다.시간은 잘 갔지만마음은 아직그 어딘가를 서성이는 중이었다.물리적인 시간이 너무나 빠르게 느껴지는 하루였다. 뭐가 허전한거지?

하루의 틈 2025.06.16

EP.05 – 나는 기계보다 느리지만, 기계보다 단단하다

속도는 이미 기계에게 넘겨줬다.그러나 단단함과 방향만큼은, 나는 절대 넘기지 않는다.요즘 세상은 빠른 게 이긴다.눈에 띄는 건 더 빠른 사람이고,돈이 되는 건 더 많이 올리는 콘텐츠다.기계는 이미 우리보다 빠르다.그 싸움은 끝났다.나는 더 이상속도로 승부를 보지 않는다.속도를 놓은 대신,나는 방향을 붙잡았다.기계는 지치지 않는다.그런데 사람은, 너무 쉽게 무너진다.루틴은 흐트러지고, 감정은 무뎌지고,자존감은 비교 속에 깎여나간다.그럴 때 나는 이렇게 말한다."그래도 나는 멈추지 않는다."그게 사람의 방식이다.그게 내가 기계보다 나은 단 하나의 방식이다.AI는 대체할 수 있다.글도 쓰고, 그림도 그리고,내 목소리도 흉내낸다.하지만기계는 쓰러졌다가 다시 일어나는 법을 모른다.속도를 늦춰야 할 때를 모른다.절..

괜찮았다고 말했지만, 조금 울렁였다

오늘은 괜찮다고 스스로에게 말했다.근데 마음은 조금 울렁거렸다.내가 한 말이 내 감정을 속였다.누가 물어봤다.“오늘은 어땠어?”나도 모르게 대답했다.“응, 괜찮았어.”정말 그랬는지는잘 모르겠다.몸은 피곤했고마음은 조금 뻣뻣했다.별일 없었지만,조용히 눌려 있는 감정이 있었다.근데 그냥,괜찮다고 말해버렸다.그 말 한 마디로마음이 좀 더 울렁였던 것 같다.괜찮다고 말했지만오늘은 좀 아니었다.근데 그 말이스스로를 달래주는 방법이기도 했다.

하루의 틈 2025.06.14

EP.04 – 살아 있는 사람의 증거는 결국 루틴이다

AI가 일상을 대체하는 시대, 루틴은 더 이상 선택의 문제가 아니다.사람으로 남기 위해, 나는 매일 같은 선택을 반복한다.요즘 루틴이란 단어가 너무 가볍다.룰루랄라 체크리스트, 유튜브 보고 따라 하는 아침 루틴,아무 생각 없는 ‘모닝 루틴 콘텐츠’들이 넘쳐난다.그러나 지금 시대에 루틴은, 생존 전략이다.왜냐면 AI가 너보다 더 빨리, 더 정확하게 실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운동 루틴? 머신러닝이 짜준다.글쓰기 루틴? GPT가 대신 써준다.일정 루틴? 자동화 스크립트로 돌아간다.문제는 사람들이 진짜 그렇게 살고 있다는 거다.직접 안 움직여도 되고, 직접 안 써도 되니까그냥 피드가 시키는 대로 따라가는 기계 같은 사람이 된다.그걸 루틴이라고 부르면 안 된다.그건 훈련된 반사작용이다.그건 ‘살아 있는 사람’의 ..

생각났지만, 연락하진 않았다

그 사람 생각이 나긴 했다.그런데, 굳이 연락하진 않았다.그 하루는 묘하게 나를 지켜낸 날이었다.그 사람 생각이 났다.문득.평소엔 떠오르지 않았는데그날은 이상하게 자꾸 떠올랐다.메시지를 쓸까 하다가그냥 두었다.‘괜찮아?’라는 말,‘잘 지내?’라는 말,사실은 내가 듣고 싶었던 말이기도 했는데.아무 말 없이그 생각만 조용히 접었다.마음은 움직였지만손가락은 멈췄다.그날,연락하지 않은 내가조금 단단해 보였다.

하루의 틈 2025.06.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