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계획이 없던 날, 오히려 살 것 같았다계획도 없고, 할 일도 없었다.그런데도 그 하루는 이상하게 편안했다.무계획이 내 숨통을 틔웠다.오늘은 아무것도 정하지 않았다.알람도 안 맞췄고어디 가야 한다는 생각도 없었다.처음엔 좀 불안했다.괜히 늦잠 잔 것 같고놓치는 게 있을까 봐 불안했다.근데,해가 좀 늦게 떴고창문 밖으로 바람이 부는 걸멍하니 보고 있었는데그 순간,이상하게 살 것 같았다.뭘 해야 한다는 생각을 놓으니까몸이 조금 가벼워졌고마음이 조금 조용해졌다.그날 하루는계획 없는 하루였는데묘하게, 잘 살아진 하루였다.그런 날도 있는 법이다.그래도 무의식은 내가 정해놓은 일을 계속 해서 쫓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