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04 – 살아 있는 사람의 증거는 결국 루틴이다
AI가 일상을 대체하는 시대, 루틴은 더 이상 선택의 문제가 아니다.
사람으로 남기 위해, 나는 매일 같은 선택을 반복한다.
요즘 루틴이란 단어가 너무 가볍다.
룰루랄라 체크리스트, 유튜브 보고 따라 하는 아침 루틴,
아무 생각 없는 ‘모닝 루틴 콘텐츠’들이 넘쳐난다.
그러나 지금 시대에 루틴은, 생존 전략이다.
왜냐면 AI가 너보다 더 빨리, 더 정확하게 실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운동 루틴? 머신러닝이 짜준다.
글쓰기 루틴? GPT가 대신 써준다.
일정 루틴? 자동화 스크립트로 돌아간다.
문제는 사람들이 진짜 그렇게 살고 있다는 거다.
직접 안 움직여도 되고, 직접 안 써도 되니까
그냥 피드가 시키는 대로 따라가는 기계 같은 사람이 된다.
그걸 루틴이라고 부르면 안 된다.
그건 훈련된 반사작용이다.
그건 ‘살아 있는 사람’의 증거가 아니라,
‘AI에게 조종당하는 사람’의 패턴이다.
AI는 루틴을 대신해준다.
하지만 AI는 왜 그걸 반복하는지 모른다.
목적 없는 반복은 단지 자동화다.
의지가 없는 실행은 단지 명령이다.
나는 다르게 살아야 했다.
기계보다 느리고, 덜 정확하지만
‘왜 이걸 반복하는가’를 알고 있었기에,
그 반복은 내 존재를 증명하는 과정이었다.
루틴은
누구보다 빨리 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누구보다 '나답게' 살아 있기 위해 하는 것이다.
그래서 루틴은 사람이 가진 가장 인간적인 무기다.
지금도 AI는 하루 수십억 개의 패턴을 반복하고 있다.
그런데 정작,
한 사람의 삶을 변화시키는 루틴은
조용하고, 느리게, 그리고 스스로 만든 패턴 속에 있다.
나는 매일 같은 글을 쓰고,
매일 같은 시간에 운동하고,
매일 같은 루틴을 반복한다.
그건 아무도 시키지 않았고,
아무도 보지 않지만,
그게 바로 내가 살아 있다는 증거다.
AI는 실행은 잘한다.
하지만 결코 ‘살아 있다’고는 말 못 한다.
나는 그렇게 말할 수 있다.
왜냐면,
나는 선택해서 반복하고 있고,
그 반복에 방향이 있기 때문이다.
[EP.05 예고 – 나는 기계보다 느리지만, 기계보다 단단하다]
속도는 빼앗겼다.
하지만 방향은 아직 내 손에 있다.
나는 기계보다 느리게, 단단하게 걷는다.